매장에서 손쉽게 집어든 건강식품에 ‘국산’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별 의심 없이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한다. 하지만 표면의 라벨과 실제 내용물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파장이 자동차 시장의 병행수입 문제만큼이나 심각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최근 단속 결과가 시장에 던진 충격은 자동차 업계의 연쇄리콜 소식만큼이나 파급력이 크다.
건강을 지키려는 소비자의 선택이 제조사의 꼼수와 비용 절감 전략, 그리고 느슨한 제도적 감시 사이에서 무력화되고 있다. ‘안전한 국내산’이라는 신뢰의 기초가 무너지면, 이는 단순한 개인적 손실을 넘어 관련 산업 전체의 건전성마저 흔들 수 있다.
허위 원산지, 자동차 부품 시장의 ‘짝퉁’과 닮았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2024년 상반기, 관세청이 생활밀접품 단속을 실시한 결과가 공개됐다. 단순 품목이 아니다. 건강식품, 의류, 장난감 등 700여 개에 달하는 품목에서 총 310만 점의 불법 수입품이 적발됐다. 이들 중 가장 흔하게 포착된 수법은, 원산지 라벨을 떼어내고 국산으로 둔갑시키는 방식이다. 자동차 애프터마켓에서 비정품 부품을 정품으로 포장해 유통하는 것과 판박이다.
이뿐 아니다. 인증번호를 허위로 기입하거나, 유명 브랜드의 로고를 도용해 소비자를 속이는 행태도 적잖게 발견됐다. 관세청은 “법 위반이 확인되면 형사 고발 등 강경 대응”이라는 입장을 내놨으나, 뿌리 깊은 관행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왜 굳이 국산인 척 팔까: 비용 절감, 이익 극대화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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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 입장에서 국산 원료는 중국산에 비해 가격이 높다. 이 ‘차액’을 노리는 일부 업체들은, 원가를 낮추되 판매 가격은 국산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한다. 건강식품 소비자들은 원산지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실제로 한 브랜드의 원산지가 중국산임이 드러난 뒤, 매출이 20% 이상 급감하는 사태도 있었다.
자동차 업계에서 저가 수입부품이 품질 인증 없이 오리지널 부품 행세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건강식품 역시 분말·추출물 형태로 유통되면 원산지를 육안으로 구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단속의 사각지대, 대규모 유통망까지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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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표시 제품들은 대형 납품처인 군부대, 학교, 병원으로도 흘러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판매자는 막대한 이익을 챙기지만, 피해는 소비자와 사회 전체에 분산된다. 특히 중국산 건강식품에서는 성장촉진제, 호르몬제, 공업용 원료 등 인체에 해로운 성분 논란도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자동차 제조 공정에서 불량 부품이 대량 유입될 때의 위험성과 다르지 않다. 효능 허위 광고, 안전성 미확인 등은 단순한 개인 피해를 넘어 사회 전반의 건강 리스크로 확장될 수 있다.
소비자가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 제도 개선의 시급성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전문가들은 제품 구입 시 식품의약품안전처 인증 여부와 제조사·인증번호 확인, 그리고 공공포털에서의 원산지·성분 정보 조회를 강조한다. 하지만, 단속과 제도만으로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자동차 업계에서 불법 개조·짝퉁 부품에 대한 처벌 강화와 유통구조 투명화가 요구되는 것처럼, 건강식품 시장 역시 처벌 수위 상향과 감시 체계 재정비가 병행돼야 한다.
소비자가 신뢰할 수 없는 시장은 자동차든 건강식품이든 결국 성장 동력을 잃는다. 이번 사태가 경종이 되어, 산업 전반의 투명성과 소비자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