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금융시장에도 미묘한 파장
어느 날 갑자기, 자동차 대출금 상환 내역을 꼼꼼히 챙기던 박 모 씨(54)는 신문 한 편에 시선을 빼앗겼다. 113만 명의 장기 연체자를 대상으로 한 정부의 채무 조정 프로그램 소식이었다. “성실히 갚은 사람만 바보 되는 세상”이라는 누군가의 푸념은, 자동차 할부금을 제때 갚아온 이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감정임이 분명하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배드뱅크’ 정책은 자동차 금융시장에도 미묘한 진동을 일으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구입의 절반 이상이 금융에 의존하는 국내 시장 특성상, 대출과 신용 관리 이슈는 개인의 교통수단 선택에 직결된다. 빚을 갚아온 다수의 운전자들은 대체로 “금융 신용을 지키는 게 결국 손해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됐다. 정부가 연체자 구제에 집중하는 동안, 성실 상환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 금융시장, 형평성 논란과 정부의 ‘핀셋 대책’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7일 금융위원회는 7년 넘은 5,000만 원 이하 장기 연체 채권을 한국자산관리공사 주도로 소각하는 대규모 부채 정리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와 금융권이 각각 4,000억 원을 투입, 16조 4,000억 원 규모의 부실채권 정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자동차 할부 상환자, 리스 계약자 등 신용을 지켜온 소비자들은 “갚은 사람만 손해”라는 인식에서 자유롭지 않다.
성실 상환자에 대한 지원책도 뒤늦게 검토됐다.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겐 최대 150만 원 이자 경감, 폐업자엔 최장 30년 분할 상환과 3%대 저금리 대출이 제공된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업해 보증기간을 15년까지 연장하고 금리도 1%p 인하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금융위는 “성실 상환자 불만을 인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도덕적 해이, 자동차 시장에도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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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선 도박, 주식, 유흥업 등으로 인한 채무까지 탕감 대상이 되면, 자동차 금융시장에도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위는 대출 목적을 면밀히 심사해, 자동차 구입 이외의 투기성 자금은 지원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금융기관 자료만으로 자동차 대출의 건전성까지 완벽히 판별하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채무 발생 경위 확인이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신용 정보 관리와 자동차 할부, 앞으로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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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회생·파산 등으로 신용정보가 장기간 공유되던 관행도 바뀐다. 앞으로 1년간 성실 상환을 하면, 신용정보 조기 삭제가 가능해진다. 자동차 할부·리스 계약 이력도 신용등급 반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중고차, 전기차 구매 등 다양한 차량 선택에서 더 나은 금융 조건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장 중심의 추가 대책, ‘성과급’ 정책도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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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추가 지원책 마련도 본격화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한 대출 갈아타기,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중도상환수수료 완화 등 이른바 ‘금리 경감 3종 세트’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신규 자금 지원, 자동차 업종별 맞춤형 금융 정보 제공, 지역 상권 자료 제공도 함께 추진된다.
자동차 금융시장을 둘러싼 정책 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체자뿐 아니라 성실 상환자도 정책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업계 요청이 거세다. 정부는 3분기 중 세부 실행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앞으로 자동차 소비자, 특히 신용을 지켜온 이들이 실질적 혜택을 체감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