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민간 기술, 방산 전환의 실타래에서 길을 잃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자율주행 센서, 초정밀 반도체. 대한민국의 자동차와 IT 산업을 관통하는 혁신의 키워드입니다. 도로 위를 누비는 국산차의 첨단 기술을 보면, ‘이 정도면 군사 분야도 세계 정상일 것’이라는 기대가 자연스럽게 따라붙지요.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민간의 눈부신 기술력이 군사력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옵니다.

한편, 중국은 민간 기술과 군사 기술의 경계를 허물며, AI나 드론 같은 미래 무기 체계를 속속 실전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에서의 ‘패스트 팔로워’에서 ‘게임 체인저’로 성장한 것처럼, 방위산업에서도 민간 혁신을 무기화하는 전환 속도가 무섭게 빨라졌습니다.

민군 융합, 자동차 산업에선 당연한데 방산에선 왜 어렵나

방산 민군 융합 기술 한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의 위치는 어느새 상위권입니다. 내연기관부터 전기차, 자율주행까지, 민관 협력과 공급망의 유연성이 혁신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국방 분야로 시선을 옮기면, 이런 산업적 장점이 사라집니다.

중국은 2024년 국방예산을 358조 원으로 늘렸고, 국영 방산기업들이 무인항공기, AI 전투 로봇, 지능형 유도무기 등 차세대 무기를 개발 중입니다. 민간 반도체 기업 전신커지의 기술이 직접 ‘로봇 늑대’ 같은 신형 무기에 적용되는가 하면, 벌떼처럼 몰려다니는 드론 군단과 무인 수상정까지 실전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민간-군의 벽이 사실상 없는 셈입니다.

반면 한국은 AI·드론·로봇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지만, 이 기술이 국방 무기체계로 옮겨가는 과정은 복잡하고 느리기만 합니다. 자동차 산업에선 부품 하나가 수십 개 기업을 거쳐 빠르게 양산 체계에 들어가지만, 방산에서는 협력 체계의 부재, 산업-국방 간 소통 단절, 제한된 예산 등이 발목을 잡습니다.

폐쇄성의 덫, 혁신의 속도를 늦추다

K-방산 폐쇄성 혁신 한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자동차 시장은 매년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가 쏟아집니다. 시제품이 곧 양산차로, 신기능이 금세 표준으로 자리 잡죠. 그러나 방산 현장에선 ‘신속 시범획득사업’이란 제도가 있지만, 실제 군 소요와 연결되지 못하거나, 개발 이후에도 전력화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가 많습니다. 폐쇄적 개발 환경과 보안 규제, 그리고 군-민간 사이의 두터운 장벽이 기술 이전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처럼 시장 구조의 폐쇄성은, 자동차 산업에서의 ‘열린 혁신’과는 대조적입니다. 신기술이 차세대 차량에 빠르게 반영되는 자동차업계와 달리, 방위산업은 중소기업의 참여조차 쉽지 않아 신선한 아이디어가 무기체계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구호는 거창해도, 실행력은 뒷전

K-방산 민간기술 전환 한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중국은 2035년 군 현대화, 2049년 세계 최고 군사력 확보라는 장기 목표 아래, 무기 개발과 수출을 공격적으로 추진 중입니다. 한국 정부 역시 ‘방산 강국’이라는 비전을 내세웠지만, 실제 실행 체계는 아직도 미비합니다.

산업연구원은 “AI, 드론 등 첨단 민간 기술이 충분히 축적돼 있지만, 국방 전환 시스템이 약하다”고 진단합니다. 정보 공유, 제도 보완, 그리고 중소기업의 적극적 참여가 구조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자동차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입증한 ‘민관 협력’의 성공 경험이, 이제 방산 영역에도 절실히 요구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기술력만으론 부족… 변환의 엔진이 필요하다

자동차 산업의 성장 동력은 혁신 기술을 시장에 신속하게 녹여내는 실행력에 있습니다. 방위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구호만 외칠 것이 아니라, 민간 기술이 군수 분야로 자연스럽게 이전될 수 있는 체계적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한국이 ‘방산 강국’의 문턱을 넘으려면, 기술력만으론 부족합니다. 기술을 실제 전력화하는 실행 엔진—이것이 절실한 시점입니다.